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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4일 목요일

한국을 떠나며...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다.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듯 이제 한국을 떠나야 할 날이 되었다.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쉴 곳이 없어 몹시 지친다.

떠난다는 감상에 빠지는 것조차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다.

서류도 마음도 정리안된 우리들은,
이제 이곳에 없다.

가슴 한 켠에 먹먹함을 지닌 채
우리의 심장은 Australia에 머물 것이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나의 한국.
안녕, 나의 가족.

2013년 11월 11일 월요일

딸의 마음을 읽는 밤

딸의 마음을 읽는 밤

들어봐
밖은 아직 겨울눈이 내려
엄마는 네 옷을 짓고 있어
길가에 고양이들은 모임에 가고 있어

들어봐
밖에 서서 기다리는 아빠의 숨소리
겨울이 가버리면 울음을 터뜨릴거니
나무에도 곧 꽃이 피게 될거야

아가야,
꽃구경하러 나오렴...

15 Feb 2013

2013년 11월 8일 금요일

호주로 이삿짐을 보내다.

젊은 시절, 나는 캐리어 하나에 짐을 꾸려 Australia로 갔었다.
몇년의 유학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짐은 몇배로 불어나 있었다.
배로 보낸 짐은 귀국 후 한참 뒤에야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세관에 직접 찾아갔다.
세관 담당자 앞에서 책이 대부분이었던 커다란 박스를 여러 개 풀었다.

그 이후로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다 다시 돌아가려니, 캐리어 하나 달랑 끌고 갔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집 한채를 송두리째 보낸다는 느낌이랄까.

아내는 호주로 가려면 다 버리고 가는 걸로 생각했었단다.

호주로 이사하는 방법은 컨테이너 해상 운송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보편적이다. 대략 6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출국하기 전 1~2주쯤에 먼저 보내게 된다.

호주에 집을 구해 놓지 않았는데, 이삿짐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는 호주에 도착해서 집을 구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삿짐을 보낼때는 사실 주소지가 없다. 해외 이삿짐 업체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도시로 가는 것인지, 시드니, 멜번 등 도시만 정해서 발송하면 된다.

해외 이삿짐이 배로 오는 동안, 비행기를 타고 먼저 호주로 입국해 임시숙소에서 집을 구하는 대로 이삿짐 업체에게 호주 내 주소지를 알려주면, 집으로 배송해주게 된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효성해운항공이다.
사용기에도 괜찮은 평가이고, 무엇보다 비용을 이사당일 50% 결제하고 나머지 50%는 호주에서 짐을 받은 후 결제할 수 있다. 비용적인 측면은 비슷 비슷해 보여서 다른 업체 견적은 사실 받지 않았다.

견적을 의뢰하면 직원분이 나와서 집을 둘러보며 대략적인 금액을 알려준다. 물론, 이사 당일에 실제 발생되는 금액과는 다를 수 있다. 우리도 호주로 가져가려고 새로 구입한 물품들이 부피가 커서 견적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

해외 이사에는 크게 컨테이너 이사와 큐빅 이사가 있다.
먼저, 컨테이너는 짐이 많을 경우에 컨테이너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운송하는 방법이다. 큐빅에 비해 빨리 보내질 수 있고, 다른 사람 짐과 섞이지 않아 좋다. 단점은 역시 가격이다.
큐빅 이사는 짐에 대한 부피로 측정해서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큐빅이 추가될때마다 비용이 올라간다. 짐의 양이 적을 경우에는 큐빅 이사가 좋다. 단점은 컨테이너에 다른 사람 짐이 다 실려야 떠날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리고, 다른 사람 짐과 섞여서 간다는 점이다.

큐빅도 보내질때는 컨테이너에 실리고, 큐빅 이사는 가능한 짐을 많이 줄여야 한다. 짐이 너무 많으면 큐빅이사나 컨테이너 이사나 가격이 비슷해진다. 1큐빅은 가로/세로/높이가 1m인 부피이다. 큐빅 이사는 무게는 상관하지 않는다. 부피가 측정 단위이다.

해외 이사 전에, 부피가 크거나 호주에서 꼭 필요한 물품들은 미리 미리 구입해서 컨테이너로 보내질 수 있게 잘 준비해야한다. 또한, 이삿짐으로 보낼 물건인지, 버릴 것인지, 항공편으로 가져갈 것인지를 잘 구분해 놓아야 한다. 이사 당일에는 보낼 물건인지 작업하시는 분들이 수시로 묻기 때문에 안보낼 것들은(버리거나 항공편 짐) 따로 빼놓는 편이 좋다.

오전 9시에 시작한 패킹은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끝나게 되었다.

짐을 보내고 나니, 회사를 관둔 날 만큼 공허하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메아리가 울리는 텅빈 집안에서 우리의 난민 생활은 시작되었다.

1 Nov 2013.

2013년 11월 6일 수요일

회사를 그만두다.

회사를 그만두다.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그만두는 그 복잡 미묘한 심경을 글로 적는 일은 여전히 부족하다.

섭섭함과 막막함이 지나온 회사 생활을 되돌아보며 회한에 젖는다.

힘들다며 가장 오래 다닌 회사가 되버린 곳.

좋은 연봉, 안정된 곳을 버리고 떠나기에는 어느 새 많은 나이를 먹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이 아니면 안될것만 같은 결론에 도달해, 이곳을 떠난다.

Australia로 돌아가 아직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가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할 것만 같았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 동안 삶의 전쟁터에서 동고동락했던, 선배, 동료들과 긴 작별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나오는 길 위에 서서
나는 무거운 마음을 훌훌 털어 버렸다.

젊은 날의 꿈을 찾아,
이제 나는 다시 시작이다.

22 OCT 2013.